“어쩐지, 먹고살기 팍팍하더라” 3년 새 물가 ‘13%’ 급등

입력 2024-05-27 18:35 수정 2024-05-27 18:59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컸던 2021년 이후 최근까지 소비자 물가가 13% 가까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치솟은 물가는 가계가 지갑을 닫게 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끌어내렸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된 축 중 하나인 내수의 활력이 저하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 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초부터 올해 4월까지 40개월간 물가는 연 환산 3.8%, 누적 12.8% 상승했다. 2010년대 동일 기간 평균치(5.5%)를 2배 이상 웃돈 수치다. 한은은 최근 급등한 물가가 가계의 소비 품목 구성을 뜻하는 ‘소비 바스켓’을 어떻게 바꿨는지, 금융 자산의 실질 가치는 얼마나 변동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급등한 물가는 2021~2022년 소비 증가율을 5% 포인트가량 낮췄다. 소비 증가율은 실질 구매력이 축소돼 4% 포인트, 금융 자산 가치가 하락해 1% 포인트 내려갔다. 이 기간 소비는 9.4%(누적 기준) 증가했는데 고물가가 아니었다면 5% 포인트가량이 더해져 14% 이상 늘어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해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우선 소비 바스켓을 고려한 실효 물가 상승률(2020~2023년)을 보면 식료품 등 필수재 비중이 큰 고령층이 16%, 저소득층이 15.5% 상승해 청·장년층(14.3%), 고소득층(14.2%) 대비 높았다.

금융 자산의 경우 전세 거주자의 손해가 컸다. 이 기간 금융 당국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는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부동산 등 금융 부채가 많은 가계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채 가치 하락으로, 예·적금 등 금융 자산이 많은 가계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로 혜택을 누렸지만 전세 거주자는 양쪽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받았다.

한은 관계자는 “가구주 나이를 5세 단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45세 미만 전세 거주자에게 미친 악영향이 컸다”면서 “물가 상승으로 전세 보증금의 실질 가치는 하락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으므로 한동안 위축됐던 소비가 곧 기지개를 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고물가는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주머니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드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가 크므로 식료품 등의 가격이 다시 튀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