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이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지만, 정작 전공자들은 예전과 달리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대학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몇 년 전만 해도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던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는 신입사원 채용 및 일자리를 줄이는 데 반해 전공자들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구인·구직 웹사이트 ‘인디드(Indeed)’에서 컴퓨터과학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직무 채용 공고는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30% 감소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8개월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포함하는 고용주 그룹인 소프트웨어 퍼블리셔의 일자리 증가율은 제자리걸음 했다.
반면 해당 전공 신입생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컴퓨터와 정보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는 2023년 6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5년 만에 40% 증가한 수치다. 이 전공의 학사학위 취득자는 2021년 10만명을 넘어서며 10년 전보다 140% 증가했다.
이에 졸업생들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번 5월 미국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한 벤 리셋 씨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넌 돈을 많이 벌 거야.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교의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은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지만, 전공자 모두가 페이스북이나 구글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WSJ은 전했다.
IT 국제공인자격증인 콤프티아(CompTIA)의 팀 허버트 최고 연구 책임자는 “구직자들은 기대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가 AI 관련 일자리를 채용하지만, 그 일자리는 신입 졸업생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