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메시아 되기를 거부한 예수”…한국교회는?

입력 2024-05-26 09:28
김영한 원장. 국민일보DB

정치적 메시아 되기를 거부한 예수 그리스도를 조명하며 한국교회도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경기도 시흥시 시흥방주교회(노명용 목사)에서 열린 제29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이 ‘나사렛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오늘날 하나님 나라 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김 원장은 신약 요한복음 6장 15절에서 ‘혼자 산으로 피신한 예수’를 언급하면서 “예수는 군중에 의해 자신이 억지로 왕으로 추대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며 자신의 선교 사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예수는 관중의 열광과 환호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대중영합주의에 말려드는 것으로 봤다. 김 원장은 “나사렛 예수의 복음 사역은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이 말하는 민중이나 무산자 계급을 추동시켜 사회의 기존 질서를 뒤엎는 폭력이나 정치운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2세기 로마에 대항했던 유대인 시몬 바르 코크바(Simon Bar Kokhba,?~137), 11세기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던 교황 우르바누스 2세(Papa Urbano II, 1035~1099), 16세기 독일에 새 예루살렘을 세우고자 했던 재세례파 등 정치적 메시아 사상에 매료됐던 이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많은 군중은 고난의 종의 사상보다는 영광의 메시아 사상에 매료됐고, 예수의 사상을 그렇게 오해했다”고 평가했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들의 모임인 교회가 나아갈 방향도 자연히 정치 사회적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복음은 사회정치적 교본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삶의 처방을 제시한다”며 “이는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근본 관계에 대해 처방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가르치는 신약 마태복음 6장에 등장하는 산상수훈과 관련해 김 원장은 “교회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여해선 안 된다. 교회는 방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원리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될 때 인간의 자아 관계 이웃 관계 재물 관계 자연 생태계 관계가 새롭게 되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영성이 바로 서게 될 때 사회정치적 관계도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정치적 참여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1970년대 당시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사회적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시작한 민중신학과 관련해 “당시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아래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공헌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고 평가하면서도 “예수에 대한 인격적 신앙고백보다는 사회적 관심에 치중함으로써 교회의 정체성 문제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집단으로 구국기도회 각종 궐기대회를 열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도 “나사렛 예수의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회정치적인 운동을 통해 이뤄지지 않고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와 같은 신앙고백의 위에서 이뤄진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정기학술대회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주제로 열렸다. 김 원장 외에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기조 강연에 나섰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