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주일에 유소년 축구리그 경기 출전을 앞둔 자녀 손흥민을 양육하고 있는 크리스천 부모라면?’
유소년 시절 활발하게 클럽 스포츠 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편적인 미국에서 이 같은 상황에 놓인 크리스천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목사 1004명, 성도 1008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스포츠 경기 출전과 주일 성수’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다.
조사에서는 목사와 성도의 인식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자녀의 스포츠 경기 출전을 위해 연간 어느 정도 예배에 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고 응답한 목사는 36%에 달했지만 성도들의 응답률은 그 절반인 18%에 그쳤다. 반면 ‘여러 번 빠져도 좋다’고 답한 목사는 3%에 불과했지만 성도는 그보다 4배 이상 많은 13%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성도 10명 중 4명(39%)은 ‘연간 몇 차례 빠질 수 있다’고 답해 ‘한 두 차례 빠질 수 있다’(22%)는 응답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지만, 목사의 경우 ‘몇 차례’(26%)보다는 ‘한 두 차례’(29%) 허용할 수 있다고 답해 보수적인 인식을 엿보였다. 또 목회자와 성도의 나이가 많을수록, 교회 규모가 클수록 ‘자녀의 스포츠 경기 참여를 위한 주일 성수 포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아스펜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6~18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연습과 경기 시간을 포함해 일주일 평균 13.6시간을 운동에 사용했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평균 16.6시간으로 늘었다.
인디애나주에서 사역 중인 네이트 월터 고센크리스천교회 목사는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운동하는 자녀들의 경기 참가가 늘고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방학 기간 내내 자녀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운동선수들이 연습 시간 확보를 위해 일요일에도 체육관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주일 성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선수 출신 목회자들은 크리스천 부모들이 자녀의 스포츠 활동을 독려하면서도 견고한 신앙 생활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네시 타이탄스 소속으로 미식축구 선수생활을 했던 아론 브라이언트 사우스애비뉴교회 목사는 “운동에 재능을 보여 학창시절 미식축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운동을 했지만 주일 예배에 불참하는 일은 없었다”며 “부모님께서 주일마다 가족이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녀들이 스포츠를 통해 인내, 책임감, 겸손, 팀워크 등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지만, 스포츠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 자녀의 영적, 심리적인 발달에 미칠 영향을 꼭 기억하고 이를 주제로 가족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