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고단백, 고혈압은 덜 짜게…질환별 식품 현장 가보니

입력 2024-05-22 19:23 수정 2024-05-22 19:35

당뇨를 앓고 있는 A씨는 평소 식사를 할 때 ‘식단형 식사관리식품’을 자주 찾는다. 이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환자용 식품 표준제조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식후 급격하게 혈당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2일 “개인이 GI지수(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지수)나 성분, 함량을 따져서 식단을 짜는 것이 쉽지 않은데 식단형 식사관리식품은 걱정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날 경기도 성남의 현대그린푸드 스마트센터에서 환자용 식단형 식사관리 식품의 발전 방향에 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재 당뇨·신장질환·암·고혈압 등 4가지 질환의 경우 식품 표준제조기준이 존재한다. 표준제조기준은 환자용 식품을 질환과 용도에 적합하게 제조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제품별 원료 요건, 영양성분 함량, 규격 등의 기준 규격을 의미한다.

환자용 식품을 찾는 소비자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환자용 식품의 국내 판매액은 2018년 800억원에서 2022년 237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인사말에서 “초고령화 시대 고령 인구뿐만 아니라 소아 당뇨 등 만성 질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만성질환자가 가장 필요한 것이 식단관리이고, 이러한 식단이 곧 국민들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실제 유통되는 암·고혈압 환자용 식품에 대한 시식도 이뤄졌다. 식판에는 소불고기와 두부 강된장, 양배추찜과 밥 등이 간편 용기에 담겨 나왔다. 일반 음식처럼 보이지만, 환자 체력 유지를 위해 총 열량의 18% 이상을 단백질 유래 성분으로 채운 암환자 식단이다. 일반식과 거의 흡사하지만 익힌 채소를 주로 쓰고, 밥에 유청을 넣어 단백질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혈압관리가 중요한 고혈압 환자 식단으로는 오징어 덮밥이 활용됐다. 한 참석자는 “간이 약해도 충분히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환자 맞춤형 식단의 수요를 고려한 향후 발전 방안도 논의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당뇨와 암을 함께 앓는 등 다양한 환자들에 대한 복합적인 식단 고민도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식약처는 2026년까지 폐질환·간질환·염증성 장질환 환자용 식품 표준제조기준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성남=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