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추위 녹인 연탄 사랑…통학버스·석탄·포크레인 전달

입력 2024-05-22 15:47 수정 2024-05-22 15:50
밥상공동체·연탄은행 관계자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주에 있는 오르토토코이 마을에 통학버스 3대를 기부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80%가 해발 2000m 이상 고산지대로 구성돼 있다. 동서로는 톈산산맥과 아라이 산맥이, 남쪽으로는 파미르 고원이 펼쳐진 자연 청정 국가다. 키르기스스탄은 한겨울이 되면 기온이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간다. 주민들은 10월부터 6개월 이상 이어지는 폭설과 극한의 추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

벌써 겨울에 대비하는 주민들을 위해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식쿨 주를 찾았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240㎞ 떨어진 이식쿨 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 ‘이식쿨 호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르토토코이 마을 아이들이 통학버스 탑승 후 웃어보이고 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오르토토코이 마을 입구 공터에는 15인승 승합차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연탄은행이 마을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승합차가 신기한 듯 맴돌기도 했다. 이 마을 아이들은 겨울이 되면 학교에 가기 위해 영하 40도의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매일 왕복 50㎞를 걷는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2시간 30분을 걸어가야 학교에 도착한다. 왕복 5시간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길은 모두 비포장도로인 탓에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제 통학버스로 다니면 왕복 2시간으로 단축된다.

다섯 남매의 엄마 라하트 아르바에바(39)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안심된다”며 “겨울엔 아침에도 밖이 캄캄해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 졸였는데 한시름 놓을 수 있어 기쁘다. 통학버스를 기증해 준 연탄은행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르토토코이 마을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아이대미 누르가지에바(11)양은 “더 지각을 안 해도 돼서 좋다”면서 “일찍 일어나도 학교가 멀어 지각하지 일쑤였다”며 “마을버스가 생겨서 지각도 안 하고 힘들게 걸어 다니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이후 연탄은행은 차로 20여분 떨어진 총사르오이 마을을 방문해 석탄 1톤과 포크레인을 기증했다. 40여명의 주민들은 이날 직접 나와 각 가정에 필요한 석탄을 가져가기도 했다. 연탄공장이 없는 키르기스스탄은 석탄을 태워 겨울을 지낸다. 또 해당 지역은 산사태와 눈사태, 홍수 등으로 매년 수백 톤의 쓰레기가 생겨난다.

총사르오이 마을 주민들이 석탄을 담고 있다.

자느벡 에밀가노브(68)씨는 “석탄이 비싸 구매하는 것이 부담됐는데 무료로 얻을 수 있어 든든하다”며 “자연재해로 인해 쓰레기 처리하는 게 큰 고민인데 포크레인이 생겨 치우는 일이 수월해질 것 같다. 연탄은행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2011년 10월 비슈케크에 ‘키르기스스탄 연탄은행’을 설립 후 13년간 6103가구에 7302t의 연탄과 석탄을 지원했다. 전날에는 탈라스 주 바카이아타 지역 학교 24곳에 전자칠판을 각 1개씩 기증했다.

연탄은행이 총사르오이 마을에 기부한 포크레인.

이식쿨(키르기스스탄)=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