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등으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후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지난 19일 세상을 떠났다. 홍 할머니가 남긴 12억원 상당의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고 21일 밝혔다.
10년 전인 2014년 6월 홍 할머니는 자신이 살던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있는 4층 규모 주택(현재 시세 12억원 상당)의 사후 기부를 약정했다. 당시 홍 할머니는 “성남시의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할머니는 노점상,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어렵게 재산을 모았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세가 되던 해 결혼과 함께 상경했다. 이후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던 할머니는 49세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홍 할머니는 그 후에도 지하철 청소, 액자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02년부터 별세 전까지 살았던 4층 주택을 마련했다.
평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재산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한 홍 할머니는 2010년 하나 있던 딸이 질병으로 죽고, 2013년 12월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다.
2014년 6월 홍 할머니는 사후 자신의 전 재산을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해달라며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성남시 1호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홍 할머니는 기부 당시 “성남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을 남겼다.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2015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한 ‘제3회 사랑의 열매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 할머니는 이후에도 꾸준히 노인일자리 사업과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2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저녁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라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라고 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으며,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