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도심교회의 화요직장인예배 8주 개척기

입력 2024-05-21 17:31 수정 2024-05-22 11:10
‘화요직장인예배’ 참가자가 21일 서울 영은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직장동료를 따라왔을 뿐인데 막상 예배를 드리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교회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까지 섬겨주시니 어느덧 8주째 직장 동료들과 매주 오고 있습니다.”

세무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인철(가명·46)씨는 지난달 2일 ‘20년만에 처음으로’ 교회 문턱을 넘었다. “영등포구에 처음으로 직장인예배가 열리는데 함께 가보자”는 직장 동료의 제안 덕분이었다.

21일 서울 영은교회에서 열린 '화요직장인예배' 전경. 신석현 포토그래퍼

21일 찾아가본 서울 영은교회(이승구 목사) 화요직장인예배 현장은 ‘직장인예배 개설 8주차’임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이날 교인 20명을 포함한 76명이 예배에 참석했다. 오전 11시40분에 시작된 예배는 직장인의 짧은 점심시간을 고려해 20분 내외로 짧았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곧장 식사할 수 있도록 7층 식당에 식사가 제공되는가 하면 식후엔 커피 주스 에이드 등 각종 ‘카페 음료’까지 참석자들에게 건네졌다.

화요직장인예배를 맡고 있는 정성훈 목사는 “처음 직장인예배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된 시기는 2018년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산되고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마침 지식산업센터가 교회 주변에 많이 들어서고 있었고, 식당이 부족해 점심시간이 2부제로 진행되는 등 줄을 길게 서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교회에선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예배에 식사, 음료까지 제공하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고 설명했다.

화요직장인예배 봉사팀이 21일 예배가 마무리되기 전 음식을 미리 테이블에 세팅해두기 위해 반찬을 접시에 덜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직장인예배 탄생을 위한 영은교회 화요직장인예배 팀의 사전준비도 눈길을 끌었다. 개척 전까지 3개월간 기도회로 마음을 모으고, 한 달 동안 인근 회사에 홍보물을 돌리는가 하면 여러 교회의 직장인예배를 벤치마킹했다.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전하는 복음 메시지,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을 배려한 균형잡힌 식단 등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젊은 직장인들이 교회 문턱을 보다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카톡 채널, 인스타그램 계정 등 SNS도 개설했다. 교회에 처음 나오는 이들에겐 여행용 파우치, 손거울 등 다양한 선물도 제공한다.

어려움도 없진 않았다. 화요직장인예배 팀장 이숙영 권사는 “처음 시작하는 사역이다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걱정부터 앞섰고 의견차이도 많았다”고 말했다. 화요직장인예배 총무 장진아 권사는 “믿음이 없이도 교회 문턱을 넘어 예배를 드리는 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가까워져서 기도제목도 나누고 싶다”며 “영등포구에 열린 첫 직장인예배인만큼 다른 교회에도 본이 되어서 작은 규모라도 시작하고 지속해나갈 용기를 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직장인예배 개척을 구상하는 교회들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 목사는 “직장인예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은 섬김 사역이라는 점을 꼭 알아둬야 한다”며 “무엇보다 믿지 않는 이들이 교회 문턱을 넘어올 수 있는 만큼 직장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힐링’을 얻을 수 있게끔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전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요직장인예배팀 봉사자들이 예배에 한시간 앞서 교회 앞에 배너를 세우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