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에서 정부 보조금을 관리하는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등 마을 대표들이 보조금으로 빼돌리는 등 사리사욕을 채운 사실이 무더기 적발됐다. 이를 감시해야 할 공무원들도 한통속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마을 대표들의 공적 업무 수행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마을 이장 및 공무원 등 10명을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산 영도구 어촌계장 A씨는 항구 매립 보상 차원으로 마련된 수산물 유통 시설 국고보조금을 본인 명의의 별도 조합 법인을 통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6년 자신이 대표인 조합법인을 만들어 관내 공유지를 저렴하게 사들였다. 해당 공유지는 지역 항구 매립에 따른 보상으로 영도구 어촌계가 매입해야 했지만, 어촌계와 이름이 유사했던 A씨 조합법인이 몰래 매입한 것이다.
이후 A씨는 국가 보조금을 받아 이 땅에 수산물직매장을 건립하고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조 사업을 취소했다. 이후 해당 건물을 되팔아 12억9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조합도 해산됐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보조금 담당 공무원이 보조금 교부가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조금을 준 사실도 적발했다. 이에 어촌계장 등을 배임 혐의로, 관련 공무원들을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요청했다.
경기 화성시에서는 마을 저수지를 관리하는 수리계장이자 노인회장이 개발제한구역 내 가족 소유의 땅을 마을 공동사업 야영장을 운영할 것처럼 꾸며 마을회관으로 허가 변경을 한 뒤 팔아 4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허가 변경 신청서에 자신이 새마을회 대표인 것처럼 허위 기재하고 직인과 회의록도 가짜로 첨부했는데, 담당 공무원은 직인이 다르다는 주민 민원을 접수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고 사용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는 개발제한구역 내 저수지를 마을 공동 수익을 위한 낚시터로 허위 신청해, 매년 3000만원의 임대료 수익도 벌어들였다.
이 밖에도 전북 남원에서는 마을 이장 출신 사업추진위원장이 농산물 가공공장 건립 국가 보조금 1억8000여만원을 별도의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농어촌 공동이용시설 등 생활밀착형 지원 증가와 주민 고령화로 마을 대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관리·감독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