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인정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매니저가 김씨의 옷으로 바꿔 입고 사고차량을 살피는 CCTV 영상이 공개됐다. 김씨가 음주 상태로 뺑소니 사고를 낸 시점에서 1시간쯤 지난 뒤 포착된 영상이다.
김씨가 사고를 낸 도로에서 200m쯤 떨어진 골목의 CCTV 영상을 20일 채널A가 공개했다. 영상은 김씨의 매니저 A씨와 다른 남성 등 총 2명이 골목을 걸어오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골목의 한 주차장에 서 있는 김씨의 차량을 살핀 뒤 자리를 떠났다.
영상 속 A씨가 입고 있는 옷은 김씨가 사고 직후 누군가와 통화를 할 때 입고 있던 옷이었다. 검은색 긴 소매 상의로, 등 쪽에 독특한 흰색 무늬가 그려져 있다. A씨는 이후 김씨의 옷을 입은 채로 대리운전을 불러 사고 차량을 타고 경찰서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자신이라고 허위로 자수했다.
김씨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채널A는 전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매니저가 경찰에 대신 출석할 것을 알고 옷을 바꿔입었으며 음주, 운전자 바꿔치기, 도주 모두 다 시인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폐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김씨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씨의 소속사 대표, 본부장, A씨 등 3명은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입건됐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에게는 증거인멸 혐의, A씨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용됐다.
김씨는 뺑소니 사고가 알려진 뒤 줄곧 음주운전 의혹을 부인하다가 지난 19일 소속사를 통해 인정하는 입장문을 냈다. 다음 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는 “너무 괴롭다”며 “수일 내로 경찰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