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욘세’ 에일리가 ‘거룩하신 하나님(Give thanks)’을 열창하고, 싱어게인3 우승자 홍이삭이 ‘하나님의 세계’를 읊조리듯 부르며, 유리상자의 이세준이 ‘사랑해도 될까요’에 이어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를 노래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음악을 가상으로 만드는 AI 커버곡 영상이 아니다. 실제 가수들이 직접 들려주는 찬양 영상이다.
이 같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소개하는 주인공은 ‘골디 스튜디오(골디, GOLDY Studio)’다. 골디의 공식 유튜브 계정엔 CCM 전문 음악 채널이라고 정체성을 밝히고 있지만 화면에 보이는 섬네일(대표 이미지)들은 의아함부터 자아낸다. 앞서 언급된 가수들을 비롯해 범키, 울랄라세션, 알리 등 대중가수들이 노래하는 사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아함은 영상 클릭과 함께 놀라움으로 바뀐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콘텐츠 파워를 자랑하는 ‘딩고(구독자 500만명의 대중음악 콘텐츠 채널)’ 못지않은 수준 높은 음악과 영상미, 마음을 매만지는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골디에서 총괄 기획을 맡고 있는 최성희(42) 스탠다드 다큐멘트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문턱과 경계 없이 CCM을 듣고 쉼과 희망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모인 결과물”이라면서 “골디는 ‘사랑의 기쁜 소식이 너희를 이끄신다(Gospel Of Love Drives You)’를 뜻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효리네 민박’(JTBC) ‘응답하라 시리즈’ ‘삼시 세 끼’(tvN) 등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온 브랜딩 전문가다. 골디에는 최 대표 외에도 10~20년차 베테랑 PD, 음악감독, 카메라 감독 등 현직 방송 전문가 13명이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가수들이 찬양과 함께 자신의 삶과 신앙이 깃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콘텐츠는 1년여 만에 누적 조회 수 1013만회(5월 19일 현재)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 출발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봇물처럼 쏟아졌던 기독교 영상 콘텐츠들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교회마다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들을 만들긴 하는데 크리스천들만을 위한 영상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우리의 사명은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인데 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콘텐츠에 무관심할까 싶었죠. 누가 그런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떠올려보는데 멀리 있지 않더군요. 방송하면서 알고 지내던 크리스천 선후배들에게 한 분씩 얘길 꺼냈는데 모두가 지체 없이 ‘오케이’하셔서 제가 더 놀랐어요(웃음).”
예비해 두신 사람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듯 출발한 콘텐츠는 첫 단추부터 반향을 일으켰다. 첫 번째 녹화에 참여했던 가수 알리의 영상은 조회 수 400만회를 넘겼고, 지난해 공개됐던 가수 홍이삭과 송지은의 영상은 ‘싱어게인3 우승’ ‘유튜버 박위와의 러브 스토리’와 맞물리며 역주행을 일으키기기도 했다.
골디의 제작 준비 과정은 게릴라 작전에 가깝다. 아티스트의 녹화 가능 일정이 좁혀지면 골디 스태프들이 분주해진다. 각자 소속된 방송사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며 골디 콘텐츠 제작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 조율부터 퇴근 후 제작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까지 적잖은 부담이 발생하는 과정이지만 골디 스태프라는 ‘부캐(부 캐릭터의 준말)’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은 없다. 최 대표는 “하나님께 받은 우리의 달란트를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소망으로 모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디스(골디의 구독자 애칭)’에게 정성스레 콘텐츠를 전하며 얻는 보람은 영상에 담긴 스토리들만큼 다채롭다. 골디의 유튜브 수익금 전액은 보호대상 아동과 자립준비 청소년, 청년 지원을 위해 쓰여진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목소리가 날 살아가게 한다’ ‘이번 주엔 교회에 가봐야겠다’ 등 댓글에 등장하는 감동적이고 반가운 소식들도 빼놓을 수 없는 열매다.
“비기독교인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방송계 후배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었는데 ‘이렇게 퀄리티 좋은 콘텐츠 처음이다. 대박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왔는데 ‘지난 주말에 너무 힘들었는데 자연스레 골디 영상을 켜고 있더라. 교회에 나갈 때가 된 것 같다’는 고백을 하더군요. 골디의 존재 목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골디의 목표 중 하나는 CCM이란 장르가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으로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다. 서정적인 가사나 멜로디로 애절한 감정을 전하는 것을 넘어,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크리스천 가수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느껴질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 대표는 “녹화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선 가수들이 하나님을 향해 고백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다”며 “그 온기와 생동감을 오롯이 살려 영상으로 전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대중 가수뿐 아니라 일반인 실력자들의 CCM 무대를 공개하며 콘텐츠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자비량으로 마련하는 재원, 한정된 시간과 공간 등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마법처럼 잊어버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공들였던 섭외에 출연자가 응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1순위 초대 가수는 김범수님입니다(웃음). 박보검, 조정석 조승우님처럼 곡에 담긴 서사와 감정을 잘 표현해주실 영화, 뮤지컬 배우들, 당당하게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고 있는 아이돌 아티스트 등이 참여한다면 Z세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독교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골디의 무대는 자유롭습니다. 춤을 추셔도 랩을 하셔도 됩니다. 방송계 최고의 베테랑들이 어떤 연출이든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