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20년 가까이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로 재해석하며 올드 게이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추억이 깃든 IP를 재생산해 향수를 자극하고 3040 게이머를 고객층으로 확보한다는 취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엠게임은 자사가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귀혼M’의 원스토어 베타테스트를 최근 진행하고 있다. 이 게임은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올해 여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귀혼M은 2005년 출시한 온라인 무협 MMORPG ‘귀혼’ IP를 모바일 환경에서 새로 구현한 2D 횡스크롤 게임이다. 당시 귀혼은 귀신 몬스터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게임뿐만 아니라 출판,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장에서 IP를 확장했었다. 당시 게임 기준 동시접속자 수 5만5000명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귀혼M은 원작의 동양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과거 이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엠게임은 올해 말 중국 게임사 킹넷이 ‘열혈강호 온라인’ 그래픽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 MMORPG ‘전민강호’를 국내에 출시한다. 열혈강호 또한 십수 년의 역사를 지닌 장수 IP다.
신생 게임사 브이파이브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의 장수 PC 온라인 게임 ‘라테일’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라테일 플러스’를 16일 출시했다.
라테일은 2006년 출시해 현재까지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에선 아기자기한 그래픽 덕에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라테일 IP를 계승한 모바일 게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제작사 퍼니글루가 만든 ‘라테일W’가 2017년 9월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운영 3년여 만인 2020년 8월 31일 자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2D 도트 그래픽이 특징이었던 원작과 달리 3D 기반으로 출시한 이 게임은 부실한 콘텐츠, 원작을 잇지 못한 게임 환경 등으로 게이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IP 재해석이 꼭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라테일 플러스는 타작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원작을 모바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원작의 동화 같은 그래픽 감성과 직업군을 그대로 계승해 게이머들이 십수년 전 플레이했던 재미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게임은 일주일 만에 사전등록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넥슨도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마비노기’를 재해석한 ‘마비노기 모바일’을 연내 출시한다.
2004년 6월 출시한 마비노기는 음악, 패션, 요리 등 차별화된 생활형 콘텐츠를 게임에 담아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특유의 낭만적인 카툰렌더링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마비노기는 정식 서비스 반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620만 명을 돌파하고 2013년엔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10만명을 기록했다.
IP 부자 넥슨은 일찍이 이 같은 행보로 성과를 낸 바 있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바람의 나라’ ‘던전앤파이터’ 등의 IP를 계승해 각각 ‘메이플스토리M’ ‘바람의 나라: 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해 적잖은 흥행몰이를 했다. 3개 게임은 꾸준한 업데이트로 출시 후 오랜 기간 높은 접속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M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넥슨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오는 21일 중국에서도 출시가 확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기를 얻은 게임을 재해석하면 비용, 개발, 사업적인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면서도 “일시적인 ‘추억팔이’ 게임이 돼선 안 된다. 오늘날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게 예전보다 그래픽, 게임성, 과금 모델 등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실패하면 오히려 보유하고 있던 IP와 게임 개발사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