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은 나라의 4면이 내륙으로 둘러싸여 있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서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높이 솟은 거대한 산맥을 넘기 위한 길에 오른다. 차량 양옆으로 양·말 떼가 지나가고 당장이라도 바위가 떨어질 것 같은 가파른 협곡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눈으로 뒤덮인 산 정상을 넘어 4시간을 더 달리면 탈라스 주에 도착한다. 흙바닥 위에 세워진 판잣집과 곳곳에 놓인 녹슨 대형 컨테이너를 지나 코체르바예프 학교 주차장에 들어섰다. 수십 명의 학생은 학교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나란히 서서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 관계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키르기스스탄 국기를 열심히 흔들며 “살라맡스스브(안녕하세요)”을 연신 외쳤다. A4용지에 인쇄된 태극기를 머리 위로 치켜든 학생도 있었다.
연탄은행은 2024년 키르기스스탄 석탄 지원 사업 일환으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다. 연탄은행은 코체르바예프 학교를 비롯해 바카이아타 지역 24개 학교에 전자칠판을 각 1대씩 기증했다. 정애리 홍보대사도 1대를 후원했다.
학생들은 키르기스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춤과 노래 등 특별공연을 펼쳤다.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박수로 화답했다. 학교 측은 허기복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기증식에는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허기복 목사는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반갑게 맞아줘서 고맙다”며 “전자칠판을 활용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자칠판이 설치된 교실에서는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사는 전자칠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했지만 학생들은 새로운 칠판이 신기한 듯 호기심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영어 교사인 라자뜨 도노비코바(41)씨는 수업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수업에 필요한 사진이나 자료가 있어도 학생들에게 보여줄 방법이 여의치 않아 아쉬움이 컸었다”며 “전자칠판을 활용해 더욱 나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인근 은트막 마을에도 1km에 달하는 K.K.농수로 공사를 지원했다. 중앙아시아 최대빈민국인 키르기스스탄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K.K.는 한국(Korea)과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의 영문 첫 글자에서 가져왔다.
이날 완공식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나와 연탄은행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루슬란 바이둘라토브(45) 면장은 “먼 한국에서 우리를 위해 아낌없는 관심과 후원을 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주민들이 물을 사용할 때마다 여러분을 기억하고 축복하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을 농부인 자느벡 알친바에브(59)씨는 “밭에 물이 도달하기까지 1시간 이상 걸렸는데 농수로가 생기면서 10분으로 단축됐다”며 “물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농사에도 도움이 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연탄은행은 2011년 10월 비슈케크에 ‘키르기스스탄 연탄은행’을 설립 후 13년간 6103가구에 7302톤의 연탄과 석탄을 지원했다. 2012년에는 보육원 ‘해피하우스’를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탈라스 주에 총 10km에 달하는 K.K.연탄길 7개를 설치했다.
연탄은행은 석탄 지원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19개 유치원에 컴퓨터와 컬러 프린트기 후원요청이 들어왔고 세 개 지역에서는 농수로 6㎞ 설치를 도와달라는 지원 요청을 받았다. 허 목사는 “현지 조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 있으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탈라스(키르기스스탄)=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