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번역하려던 중국의 한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인터넷 감시국’으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종교활동에 대한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중국 교회가 마주한 현주소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MK)는 전 세계 기독교인이 박해받는 중국 기독교인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단파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기독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VOMK는 중국 기독교인이 인터넷을 통해 번역하려던 내용은 사실 국가 안보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숙 폴리 VOMK 대표는 “다만 중국 기독교인이 번역하려고 한 짧은 문단에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들 때문에 이런 경고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부연했다.
종교개혁을 주창한 루터의 인용문에는 ‘도전’ ‘투쟁’ ‘개혁’ ‘자율’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는데 중국의 검색 엔진과 온라인 번역 프로그램이 이런 단어를 감시하도록 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을 활용한 종교 검열을 확대하는 가운데 VOMK가 하루 두 차례씩 단파 라디오로 중국에 기독교 방송 사역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폴리 대표는 “사람들은 단파 라디오를 구식 기술로 간주하지만,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단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중국에 송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루터’ ‘칼빈’ 등의 단어를 차단하는 것이 단파 라디오 전파를 방해하기보다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검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파 라디오 전파를 방해하는 것은 인터넷 검열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며 AI로도 막기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