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 익산 장점마을 공장 철거 시작…생태축 복원 본격

입력 2024-05-15 14:07 수정 2024-05-15 14:27
익산시가 집단 암 발병지인 장점마을에서 도시생태축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암 발병의 진원지로 확인된 옛 비료공장 철거에 들어갔다. 사진은 2019년 6월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오른쪽) 등이 폐쇄된 공장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주민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가 집단 암 발병지인 함라면 장점마을에 있는 옛 비료공장 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장점마을 일원의 자연생태계를 잇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환경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익산시는 집단 암 발생 근원지로 밝혀진 장점마을 인근 옛 금강농산 공장 건축물에 대한 철거를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철거작업이 완료되면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함라면 생태축 복원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복원사업은 57억원을 투입해 신목리 장점마을 일원의 자연생태계를 잇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2022년 국가사업으로 선정됐다.

시는 마을 인근에 수리부엉이와 황조롱이, 수달 등의 서식이 확인된 주변 생태조사를 기반으로 훼손된 생태 축을 연결키로 했다. 특히 자연체험과 환경교육, 생태 놀이터 등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구축해 치유 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시는 당초 공장 건축물 전체를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일부를 보존해 환경오염의 중요성을 상기시키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따라 핵심시설이 있었던 터는 남기기로 했다. 이곳은 생태환경 교육공간과 환경오염 사고를 상기하는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훼손된 생태지역 복원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환경오염의 아픔을 딛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익산 함라면 도시생태축 조성사업 조감도. 익산시 제공.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은 2017년 마을 주민들이 건강 영향조사를 청원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병 간 역학적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소속 환경과학원은 이 공장이 KT&G 신탄진 공장에서 반출된 연초박 2242t을 비료 원료(건조 공정)로 불법 사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발표 당시 기준으로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주민 90여명 가운데 33명이 암에 걸리고 이 가운데 17명이 숨졌다. 이 공장은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나온 2017년 4월 가동이 중단됐다가 그 해 말 폐쇄됐다.

시는 이후 전북자치도와 함께 마을 주민복지센터·보건진료소 건립과 태양광 시설 보급, 가구별 LPG 설치 등 167억원을 들여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민대책위원회는 집단 암 발병 사태가 KT&G 사업장 폐기물인 연초박이 원인이지만 KT&G는 아무런 공식 사과와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