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검찰 고위직 인사 이후 야당이 제기하는 ‘김건희 여사 수사 방탄’ 논란과 관련해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며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검찰 인사를 통한 수사 제동이 맞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홍 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확)한데 자기 여자를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 역지사지해보라”고 적었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1~4차장 등을 모두 교체하는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새 중앙지검장으로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았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속 수사를 지시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진도 대거 물갈이됐다.
검찰 인사 발표 직후 야당은 일제히 김 여사 수사를 막기 위한 인사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B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 수사팀이 공중분해 됐다”며 “한마디로 ‘수틀막’, 수사를 틀어막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을 더 세게 틀어쥐고 김건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결론적으로 영부인 수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방탄인사’ ‘수틀막 인사’ 등의 비판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번 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이다.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답게 처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 장인어른의 좌익 경력을 지적받자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응수하면서 여론 반전을 이끌어 냈다.
홍 시장은 또 “누구는 대통령 전용기까지 내줘 가며 인도 타지마할 관광까지 시켜주면서 수십억 국고를 낭비해도 멀쩡하게 잘 살고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누기도 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