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이 국내를 넘어 신학에 낯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마수를 뻗치고 있다. 교세 확장 뿐만 아니라 내부결속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피해가 해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후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원파 박옥수씨는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교정본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교정본부 간부들에게 ‘마인드 교육’을 가르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MOU를 맺는 과정에서 ‘다른 단체와는 MOU를 맺지 말라’고 발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씨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한국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인물이다.
문제의 시작은 김성기 대전세계로교회 목사가 지난달 콩고민주공화국 교정본부와의 MOU 체결을 위해 아프리카에 방문한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목사는 교정본부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박씨의 칭찬을 듣게 됐는데, 박씨 측이 콩고민주공화국에 교회당과 청소년센터를 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교정본부장은 박씨가 설립한 국제청소년연합(IYF)과 체결한 MOU 문건을 보여줬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문에는 ‘교정본부장은 IYF와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공동으로 구현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는 내용과 박씨의 친필 사인이 기재됐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정본부장이 ‘교정 관련 공무원들이 한국에 방문해 교육까지 받았다’ ‘박씨가 다른 단체와는 MOU를 맺지 말라’고 밝혔다”며 “교정본부장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고위직 공무원인데 박씨 측이 이단임을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정본부장이 이런 상황인데 나머지 간부들의 실태는 안 봐도 뻔하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후 이어진 일정에 맞춰 에티오피아에 방문했는데 이곳의 상황도 마찬가지. 에티오피아 정부 고위공직자로부터 박씨의 칭찬을 또다시 들었다는 것이 김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한국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작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회장 성희찬 목사)는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협의회는 공문을 작성해 콩고민주공화국 교정본부에 이단 사실을 알렸다. 협의회는 임원회 명의로 작성한 공문에서 “한국에서는 한국 주요 교단이 이단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박씨 측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등 이단으로 규정한 인물이다. 콩고의 모든 교회가 이단으로부터 보호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단 단체들의 외국 포교 사례는 또 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재 이만희 교주)은 대륙별 집회를 열며 대대적인 포교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한국 신천지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에 따르면 신천지는 지난달 필리핀에서 ‘대륙별 말씀대성회 아시아’라는 이름의 집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 측은 해당 집회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다. 신천지 측은 방송을 통해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국내를 넘어 외부에 눈길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영권 한국교회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시간이 지나면 국내 포교의 포화상태가 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단체의 정체가 알려지며 한국교회에서 예방과 대응태세를 갖추기 때문이다. 자연히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 같은 문제를 단순 그 나라의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며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외국 포교 사례를 내부결집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왜곡된 교리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근거로 사용하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들의 포교 활동을 저지하고 이단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