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개미’의 귀환이 ‘밈 주식’의 2년 넘은 겨울잠을 깨웠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 게임업체 게임스톱의 ‘숏 스퀴즈 사건’을 주도하고 잠적했던 주식 유튜버 키스 질(가명 로어링 키티)의 SNS에 올라온 사진이 뉴욕증시에서 밈 주식의 폭등을 일으켰다.
가장 요동친 종목은 단연 게임스톱이다. 게임스톱은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74.40%(12.99달러) 급등한 3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상승률이 100%를 넘겼다. 시간 외 매매로 넘어간 애프터마켓에서 게임스톱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4일 오전 9시15분 현재 136.25% 폭등한 41.25달러를 가리켰다.
게임스톱의 급등으로 ‘숏 스퀴즈’에 휘말린 월가의 공매도 헤지펀드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CNBC방송은 뉴욕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게임스톱의 폭등으로 이날 하루간 공매도 헤지펀드들이 8억3800만 달러(1조147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게임스톱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급등락한 ‘밈 주식’의 대표주로 꼽힌다. ‘밈’(meme)은 인터넷상에서 맥락 없이 인기를 얻은 문화 요소를 뜻한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회원들은 2021년 1월 게임스톱을 폭락시킨 월가의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주가를 끌어올린 ‘숏 스퀴즈 사건’을 일으켰다. 이를 주도한 개인 투자자들의 주동자가 질이었다. 당시 게임스톱에 공매도를 걸었던 월가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큰 손실을 보고 펀드를 청산했다.
게임스톱의 ‘숏 스퀴즈 사건’은 주식 투자를 인터넷 문화 현상으로 끌고 온 ‘밈 주식’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게임스톱 외에도 미국 멀티플렉스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미국 가정용 생활용품 소매점 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처럼 실적과 관계없이 등락하는 ‘밈 주식’들이 뉴욕증시에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스톱은 오래가지 않아 폭락했고, 질은 2021년 2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소환된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주가 급등락에 대한 결백을 주장했다. 질은 그해 4월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잠적했다.
하지만 질은 3년여 만인 이날 미국 SNS 엑스(옛 트위터)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의자에 걸터앉은 남성이 자세를 바로 세우는 그림을 올려 레딧의 주식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질의 엑스 계정에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오전 9시까지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사진과 그림이 올라오고 있다.
밈 주식은 2021년 10월 미국 나스닥지수의 고점 이후 하락장에서 자산시장의 붕괴와 함께 폭락했고, 2022년 3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이날 질의 복귀로 게임스톱을 비롯한 밈 주식은 일제히 급등하며 레딧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나스닥지수만 0.29% 올랐을 뿐 주요 지수가 하락하거나 보합세에서 마감된 이날 뉴욕증시에서 밈 주식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했다. AMC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8.35%(2.28달러) 급등한 5.19달러, 베트남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는 나스닥거래소에서 51.50%(1.55달러) 오른 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레딧은 본장에서 8.71%(4.66달러) 상승한 58.19달러에 거래를 마친 뒤 애프터마켓에서 상승률을 10%대로 끌어올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