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쓸 때 아니라는 KDI…“내수 부양책, 되레 물가 자극”

입력 2024-05-13 17:03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고물가와 소비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어서 단기 거시정책을 가동할 필요성은 낮다는 국책연구기관 권고가 나왔다.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수 부양책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간한 ‘고물가와 소비부진-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로 갈수록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된 근거로는 반도체 가격 급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반도체 가격이 올해 37.0% 정도 올라간다고 했을 때 소비 여력을 뜻하는 ‘상대가격’이 0.5%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쉽게 말해 반도체 산업 호황이 기업 경기를 호전시키고 결과적으로 근로자 중심의 소득을 높인다는 논리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가격은 물가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쓰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소득 금액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2%대 중반대’로 전망되는 한국 경제성장률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평가됐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정부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그만큼 민간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는 민간소비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요소라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KDI는 다만 고금리 기조는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당장 민간소비 부양책을 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양책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창석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부양책이 오히려 현재 안정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실질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언이 야당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부분이냐는 지적엔 “특정 정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