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위한 역사를 만들었다.”
맨유 여자팀이 7만6082명의 구름 관중 앞에서 창단 첫 ‘우먼스 잉글랜드축구협회컵’(여자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크 스키너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후 이렇게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맨유 여자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여자 FA컵 결승전에서 토트넘 여자팀을 4대 0으로 격파하고 정상에 섰다. 2018년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거머쥔 주요 대회 우승컵이다. 지난해 결승에서 첼시에 0대 1로 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맨유는 1년 만에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팀 간판 공격수 엘라 툰(25)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2 결승전 득점으로 잉글랜드의 남녀통산 첫 유로 우승을 선사했던 그는 이번에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48분 툰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맨유는 후반 9분 레이철 윌리엄스의 추가골에, 후반 12분과 후반 29분 루시아 가르시아의 멀티골을 묶어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에릭 텐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 남자팀은 나날이 굴욕적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같은날 아스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0대 1로 져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19차례 패했다. 1978-1979시즌 이후 최다 패배 기록으로, 홈에서는 9번 져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기록도 작성했다.
EPL 순위는 8위(승점 54·16승6무14패)까지 추락했다. 지난 두 달간 맨유가 리그에서 이긴 팀은 셰필드 유나이티드뿐이다. 지금의 흐름 대로라면 10위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기 직후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시즌 맨유는 역대 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텐 하흐 감독 역시 “맨유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것은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수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미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만이 올 시즌 마지막으로 남은 돌파구다. 맨유는 25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컵 대회 결승전을 치른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