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커피향처럼 장병들 가슴에 복음이 전해지도록…

입력 2024-05-13 13:15 수정 2024-05-13 20:24
국경없는 바리스타 봉사자들이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제28보병사단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 제28보병사단 식당 앞. 식사를 마친 군 장병들이 국경없는바리스타(대표 진충섭 목사)가 설치한 부스 앞에 줄을 맞춰 대기하고 있었다. 국경없는바리스타 봉사자들은 저마다 핸드드립 커피주전자를 들고 커피를 내렸다. 시원한 얼음 잔에 담긴 커피를 건네받은 장병들은 환한 미소로 값을 지불했다.

“시원한 커피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덕분에 힘이 납니다.”

커피에 관심이 높은 평신도와 목회자들로 구성된 국경없는바리스타는 제28보병사단 군종참모 허원희 목사의 소개로 중서부 최전방지역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 위문했다. 긴장된 일상 속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전한다는 취지에서다. 복음은 봉사자들이 ‘하나님이 사랑하십니다’라는 식으로만 은은하게 말하면서 전해진다. 기독교인이 아닌 장병들도 부담 없이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국경없는 바리스타 봉사자가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제28보병사단에서 장병에게 다과를 전하고 있다.

진충섭 비전153교회 목사는 “커피는 복음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도와주는 전도 징검다리”라면서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일컬어지는 군대에 향긋한 커피의 내음처럼 복음이 퍼질 수 있도록 ‘커피 선교’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봉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국경없는바리스타는 봉사자들을 군대에서 사용하는 음성기호 알파(ALPHA) 브라보(BRAVO) 찰리(CHARLIE) 등의 팀으로 구성하고 화생방지원대와 군사경찰대대, 사단본부 등으로 흩어져 ‘각개봉사’에 임했다. 팀에서도 임무를 분담한다. 한쪽에선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면 다른 쪽에선 커피를 내리고 장병들에게 전하는 식이다. 식사 후 삽시간에 몰려든 장병들은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구슬땀을 식힐 수 있었다.

진충섭(오른쪽) 국경없는바리스타 대표가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제28보병사단에서 참모장에게 감사패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춘식 제28보병사단장을 대신해 참석한 참모장 노현석 대령은 “군 장병들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동두천까지 귀한 발걸음해주셨다”며 “향긋한 커피로 장병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전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진작에 기여해주심에 전 장병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사단에서 준비한 감사패를 전달했다.

봉사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아들과 함께 세 차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남순호(53)씨는 “국경없는 바리스타 봉사를 나오면서 아들에게 국군 장병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가르치고 싶었다”며 “하나님 안에서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청년들을 섬길 수 있어 되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윤혁(14)군은 “아빠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귀띔했다.

국경없는바리스타 봉사자가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제28보병사단에서 장병에게 커피를 따르고 있다.

국경없는바리스타는 2016년 출범해 해마다 5차례 안팎으로 정규봉사와 징검다리 봉사를 열고 중·대대급 이상 부대를 찾아간다. 또 ‘바리스타 선교사’를 무료로 양성하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주로 군인교회를 대상으로 사역을 펼치지만 경찰서 노인정 학교 등에서도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간다.

국경없는바리스타 봉사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동두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