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진전이 주춤거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으로 본다는 유권자는 더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시간대 로스경영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지난 2~6일 등록 유권자 1003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58%로 지난달 조사(55%) 때보다 3% 포인트 늘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같은 기간 41%에서 40%로 소폭 하락했다.
바이든 대통령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 수준인 49%까지 늘었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유권자 80%는 ‘가격 상승’을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의 요인으로 꼽았고, 소득수준(49%), 임대료(32%) 등이 뒤를 이었다.
FT는 “지난해 꾸준히 하락했던 인플레이션이 최근 다시 상승하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55%)와 이민·국경안보(35%) 이슈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민주당이 대선 이슈로 밀고 있는 낙태권 문제는 21%에 그쳤다. 이스라엘 정책(8%), 우크라이나 전쟁(6%), 중국과의 경쟁(3%) 등 외교·안보 이슈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지하는 후보와 무관하게 경제를 다루는 데 있어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유권자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8% 포인트 낮은 35%였다. 이는 지난달 조사(바이든 35%, 트럼프 41%) 때보다 격차가 2% 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FT는 “유권자들은 경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보다 일관되게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백악관이 걱정하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원의 이익(42%)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기업(55%)과 월가(51%)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하는 것 같다고 여겼다. 블루칼라 노동자 이익을 잘 대변할 후보에 대한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41%로 같은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