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성황리에 열린 가운데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35) 등 유명인들도 출전해 이목을 모았다.
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는 무려 3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80여개 팀이 참가했다. 곽윤기와 걸그룹 빌리 멤버 츠키(22), 유튜버 미미미누(본명 김민우·29) 등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 참가자는 90분 동안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노래 부르거나 춤추기,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음료 외의 음식물 섭취 등을 하면 탈락한다. 관객 투표를 많이 받은 10인 중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참가자가 우승자로 뽑힌다.
참가한 시민의 연령대도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청원경찰·요리사 유니폼 등의 복장으로 자신의 직업을 알리는가 하면 찜질복과 죄수복을 입거나 수박 코스프레를 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곽윤기는 동료들과 함께 쇼트트랙 경기복을 입고 나와 3위를 차지했다. 그는 “올림픽 도전만 다섯 번 하고 누군가와 경쟁하며 살면서 무엇보다도 쉬고 싶었다”며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목표로 나왔는데 직업 특성상 종이 울리면 출발하거나 마지막 바퀴다”라면서 “그래서인지 (대회 종료 직전) 종이 치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하더라. 최대한 누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미미미누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존재 가치를 찾는다는 대회의 의미에 공감했다”면서 “이번에 떨어져도 재수까지는 해보겠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다섯 번의 수능 도전 끝에 대학에 진학한 이력으로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회 우승자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씨였다. 권씨는 “평소 뭔가를 목표로 할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면 심장이 빨리 뛸 것 같아 그냥 평소처럼 멍을 때렸다”며 “다리도 저리고 진행자의 멘트를 듣고 웃음도 나올 뻔했는데 잘 참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2014년 시각예술가 웁쓰양 작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웁쓰양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메시지를 던지는 참가자 여러분은 선수이자 퍼포머”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