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조+a’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 마련…보조금 아닌 간접 지원

입력 2024-05-12 18:31

정부가 10조원 넘는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첨단 설비투자부터 연구·개발(R&D),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보조금 지급이나 기금을 통한 직접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HPSP를 찾아 “(반도체산업에 대해)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부장이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취약 분야의 R&D 및 설비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그릇을 하나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경제이슈점검회의 등을 통해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구체화해 조만간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거세지는 국가 간 ‘반도체 보조금 전쟁’에 대응해 한국 정부도 반도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도 직접적 재정 지출이 필요한 보조금 지급에는 난색을 보였다. 최 부총리는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고, 취약한 부분에 재정을 직접 투입한다는 원칙”이라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이번에 내놓을 ‘지원 프로그램’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안한 기금 형태의 지원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의 발전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장기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기금은 채권을 발행하면 정부가 보증하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해 절차가 경직된다”며 “정책금융 등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유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이나 민·관 공동출자 펀드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반도체 등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도 여러 관측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대중국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북미 수요 시장의 기회 요인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미국의 반도체 제조기반 확보와 대중 수출통제가 지속해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대신 향후 미국 및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미국 내에 추가 투자를 요구하거나 중국 상대 고율관세 부과로 한국의 반도체 판로에 단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시) 미국 내 지원정책 형평성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하고, 판로 단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