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평보다 좁은 곳에 수감…法 “재소자 존엄성 침해”

입력 2024-05-12 07:17 수정 2024-05-12 07:24
교도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서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수감된 재소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재차 나왔다. 재판부는 1인당 수용면적이 2㎡(0.6평)보다 협소하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장원정 판사는 A씨 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중 16명에게 5만원~25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국가가 배상할 총액은 805만원이다.

앞서 전국 각지 교도소·구치소에 수감됐던 A씨 등은 2021년 3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인 1인당 2.58㎡보다 좁은 곳에 수감돼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각자 수용 일수에 9000원을 곱한 배상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화장실을 제외한 부분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인간으로서 기본적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만큼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2㎡보다 좁은 공간에 수용된 이들의 청구만 받아들였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7월 2㎡ 미만 공간에 배정된 수용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원고들은 법무부의 ‘법무시설 기준규칙’이나 ‘수용구분 및 이송·기록 등에 관한 지침’에 1인당 최소 수용 면적이 2.58㎡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행정적 기준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피고인 국가 측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신입 수용자를 일정 기간 격리하느라 다른 재소자들의 과밀 수용이 불가피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