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강화군 송해면에는 주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고급단독주택 4채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주택 초입에는 ‘행복하우스’라는 입간판이 맞이하고 있다.
행복하우스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정성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손경호)에서 지은 장애인 주거시설로 지난해 2채 올해 2채를 완공하고 입주 장애인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손경호 정성영농조합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하우스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짐과 동시에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3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장애인 고용 기업은 전체 190만4866개 기업 중 6만4115개에 그친다. 전체 중 3% 정도다. 고용의무기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2.37%에 불과하다.
이에 장애인 일자리 증가를 위한 근본적 대안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이 일정 기준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해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준다.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 고용률에 포함할 수 있어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천, 충북 음성에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운영 중인 손 대표는 장애인들의 취업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벼를 생산하고 직접 생산한 배추로 김치를 제조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정성영농조합법인은 수익의 50%를 장애인 직원들의 주거지 마련에 투자한다. 직업을 가짐과 동시에 안전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의 자립을 실현시키고 있다.
현재 인천 강화군에는 완공된 4채의 행복하우스는 최대 40여명이 동시에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전국에 확대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농업과 복지라는 전혀 다른 두 영역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이 정성의 목표”라며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잘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농업은 다른 분야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장애인에게 맞춰 새롭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와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기존의 업무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면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 특징이 된다”고 전했다.
2021년 처음 장애인 직원을 고용했고, 지금은 48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그사이 작은 논에서 시작된 정성영농조합법인은 쌀 생산과 판매를 비롯해 김치 제조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2023년 연매출 43억원이 넘는 사업체로 성장했다. 올해에는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정성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 쌀은 전량 CJ제일제당㈜에 납품되고 있다. 음성에서 만들어진 절임배추 역시 CJ제일제당과 납품 협의 중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 정성마트를 런칭해 가입한 회원들에게 쌀, 김치, 고추장, 된장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를 절감해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손 대표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 사업 초창기 큰 힘을 보태준 CJ제일제당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특히 장애인들의 주거, 일자리 문제를 깊이 공감해주고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CJ제일제당 정준기, 오현식 부장에게 이번 기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러한 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행복하우스를 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성영농조합법인은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쌀, 배추 등 농산물 해외수출에 전력을 다하고 정성마트 활성화를 통해 보다 많이 장애인 가족의 주거지 마련에 투자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장애인이 생산한 좋은 농산물, 가공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맛있게 드시기만 하면 장애인들의 주거지가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