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설과 관련해 자신이 비판한 인사는 배현진 의원이 아니라고 뒤늦게 선을 긋자 배 의원은 “노린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당선인 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배 의원을 저격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그분이 초선 의원, 정치 신인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원내대표 불출마를 공개 촉구했던 당 인사 일부가 개인적으로는 출마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정치인가, 또 정치 시작하지도 않은 분들이 그런 말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인터뷰에서 ‘정치 시작하지도 않은 분들’이라고 언급한 것은 초선 당선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선인 배 의원을 향한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당내 인사들로는 배 의원과 윤상현·안철수 의원, 박정훈 당선인 등이 있었다.
당시 이 의원은 ‘혹시 배현진 의원을 말씀하시는 거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구체적으로 이름을 얘기 안 하겠다” “제 말에서 추측이 가능하실 거다” “(그런) 당선자가 있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같은 ‘친윤’(친윤석열) 그룹이면서 자신의 불출마를 촉구한 배 의원을 겨냥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배 의원은 반박 차원에서 자신이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소이부답(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이라며 “할 말이 없다” “말을 섞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배 의원은 이날 이 의원이 자신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말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다 들통나니 이제 와서 ‘배현진은 아니었다’ 하며 또 누구 힘없는 초선 당선인들에게 화살을 돌립니까”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이런 말씀은 라디오 진행자가 ‘배현진 의원이냐’ 물었을 때 그 즉시 ‘아니오’라고 하셨어야죠. 단 세 글자”라며 “애매모호하게 연기 피우니 기자들이 추측해서 제 이름으로 당연히 기사 썼는데, 그거 노린 것 아닙니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끝까지 미끌거리지는 맙시다. 선배답게 입을 무겁게 (하시라). 어려운 일 아니니 부탁합니다”라면서 “몰염치와 무책임이 이 사달의 시작이고 거짓말, 결국 실패로 끝난 앙갚음이 망신살의 씨앗이 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