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합감리교회, 동성애자 목사 안수 허용 후폭풍

입력 2024-05-09 14:56 수정 2024-05-09 16:26
미국 워싱턴 D.C. 캐피털 힐에 위치한 연합감리교회(UMC) 건물 전경. UMC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교단 헌법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 금지조항을 삭제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9일 미국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프리카 지역의 UMC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교단 탈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UMC 아프리카 대의원들의 성명이 최근 미국 기독교 매체인 굿뉴스(Good News)를 통해 소개됐다. 이번 성명은 지난 3일 막을 내린 UMC 총회가 사실상 동성애자 목사의 안수를 허용한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아프리카 대의원들은 성명에서 “지금 우리는 근심하고 있다”며 “이번 총회에서 UMC는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 대신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을 따르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UMC 본부가 아프리카 지역 대의원들의 총회 참여를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의원 25%에 대해 총회위원회가 제때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며 “UMC의 한 주류 지도자는 진보적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총회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고 우리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았으며 자유주의적인 서구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를 기꺼이 잃을 용의를 밝혔음을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일부 감리교회 목회자들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를 향해 UMC와 교류를 단절하라고 요청했다. 감리교바로세우기연대(대표 이구일 목사)와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대표 민돈원 목사)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대표 이명재 목사)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동성애는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감리교회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미 연합감리회와 더는 함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동성애 문제로 UMC를 탈퇴한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글로벌감리교회(GMC)는 “우리는 그들의 결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다른 종교단체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거나 논평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2022년 5월 출범한 GMC에는 현재 40여개국 4000여 교회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대부분이 UMC 출신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UMC를 떠난 교회는 750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