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이 법적 분쟁 중이던 다른 유튜버를 법원 앞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부산에서 경주로 도주했다가 추적에 나선 경찰에 1시간여 만에 붙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물을 수차례 올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9일 부산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2분쯤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앞 인도에서 유튜버 A씨(50대)가 다른 50대 유튜버 B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A씨는 사건 발생 1시간 40분여 만인 이날 오전 11시35분쯤 경북 경주에서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범행 후 준비해 둔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은 B씨를 심정지 상태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날 오전 11시 4분쯤 끝내 숨졌다.
A, B씨는 각각 8800여명과 45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였다. 이들은 방송 중 상호 비난하며 갈등을 빚었고, 법적 분쟁 중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A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고소장 접수장을 보이며 B씨를 고소했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B씨는 경기도에 거주 중이지만,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날 부산을 찾았다. B씨는 부산으로 향하는 과정과 법원으로 걸어가는 중에 A씨의 습격을 받고 쓰러져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했다.
A씨는 이날 범행 직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범행을 인정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112에 신고했다.
A씨는 또 체포된 후에도 커뮤니티에 ‘경주에서 검거됐다. 바다를 못 본 게 아쉽다’는 글을 남기는 여유도 보였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봤을 때 체포 직후 곧바로 휴대전화를 압수 당하거나 게시글 작성을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를 경주에서 부산 연제경찰서로 압송해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