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파 지상전 강행하면 무기 중단”…이스라엘 압박

입력 2024-05-09 05:47 수정 2024-05-09 08:26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 공격에 나서면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일부 무기 지원 중단 조처도 라파 지상전 우려와 관련 있음을 분명히 하고, 또 다른 무기 선적 보류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무기 지원 중단을 압박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이스라엘과의 갈등도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나는 만약 그들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아직 라파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나는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시 내각에 ‘인구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면 우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이스라엘 방공무기체계인 아이언돔 유지를 비롯한 방어 무기 지원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지난주 한 차례 무기 지원을 보류하며 이스라엘에 시그널을 보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기방어 수단들을 갖도록 필요한 일을 계속하겠지만, 지금 라파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맥락에서 단기적 안보지원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라파에 대한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상황을 평가했고, 고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탄약 선적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단한 탄약은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여 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8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수행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일종의 영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행정부가 라파 지상전을 반대하며 무기지원 중단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낸 건 인내심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라파 군사 작전을 재고하게 하도록 또 다른 무기 제한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과거에 작전을 수행했던 방식과 민간인에 미친 영향,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좁은 지역(라파)으로 몰려든 사실을 볼 때 (라파 지상전이) 민간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작전이 인도적 지원품 전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며 “우리는 단기적 지원의 1회분 수송을 중단했고, 다른 것들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지원을 카드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NYT는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심각한 균열을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대중의 지지가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더 큰 파열이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