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문화에 깃든 ‘영적전쟁’의 시대, 다음세대를 위한 일

입력 2024-05-08 20:00 수정 2024-05-09 14:14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조각한 '피에타' 조각 작품. 위키백과 제공

폐쇄된 듯 보이는 한 교회 건물 예배당으로 걸그룹 멤버들이 입장한다. 예배당 앞 강대상에는 십자가 대신 눈 모양의 네온사인이 걸려있다. 반대편 쪽에는 십자가와 함께 기독교를 상징하는 물고기(익투스) 표시를 다르게 비튼 모양의 네온사인이 달렸다.

어느 유명 걸그룹이 최근 발표한 신곡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기독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에는 한 멤버의 머리에 마치 악마처럼 뿔이 달린 모습도 나온다.

또 다른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는 여고생 간 사랑이 묘사된다. 은연중에 우정을 뛰어넘어 동성애를 묘사하는 듯한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 마치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처럼 연출돼 보는 이들에게 동성애를 아름다운 사랑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느끼게 할 법했다.

두 뮤직비디오는 8일 현재 조회 수가 각각 8000만, 1000만이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계의 많은 이들이 성경이 말하는 가치가 폄훼되고 훼손된 현시대를 영적전쟁의 시대라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요즘 다음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문화와 미디어 매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현실에서 앞선 사례처럼 은연중에 혹은 대놓고 반성경적이거나 반기독교적인 메시지를 담는 미디어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많은 크리스천은 이를 접한 다음세대의 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반성경적인 메시지가 주입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더구나 다음세대가 주로 접하는 미디어 매체들은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를 미화하는 콘텐츠를 하루가 멀다고 쏟아낸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2021년 자신들의 콘텐츠 영화·시리즈 306건(2018년~2019년)을 분석해 발표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LGBTQ(동성애자)가 주연을 맡은 작품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영화의 경우 2018년 2.9%에서 2019년 5.3%로, 시리즈물은 0%에서 2.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국내 앱 월 이용자 수(MAU)가 117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대표적인 영상 콘텐츠 배급 매체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다음세대 대다수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 이상으로 동성애를 장려하는 반성경적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은 권위주의가 해체된다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불린다. 그리고 그 사조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바에 반기를 든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지금의 다음세대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보다는 ‘나’, 개인에 집중하는 콘텐츠와 문화에 열광한다. “너 자신만을 사랑하라”거나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이며, 신뿐 아니라 부모 등 누구도 내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독려하는 말에 특히 공감한다. 철저한 인본주의적 시각이다. 성경이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이 향하는 인간 개개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한 대형 연예기획사가 내부 분쟁을 겪으며 덩달아 이 기획사와 관련된 음모론도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저마다 해당 기획사 소속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며 각 장면에 담긴 숨겨진 의도 파내기에 혈안이다. 사이비종교 단체와 연관됐다느니, 친일 메시지를 담았다는 식이다. 이에 해당 기획사와 단체 모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불필요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될 경우 법적으로 엄정히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포장해 사람들을 미혹하고 속이는 행위는 철저히 근절돼야 하며, 문제해결에서도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어떤 지적과 분석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럴듯했다는 점은 충분히 곱씹어 봄 직했다.

과거 가수 서태지의 노래 테이프를 거꾸로 돌려 들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음모론 아닌 음모론이 돌았던 기억이 났다. 당시 논란은 지금 생각해보면 가벼이 웃어넘길 ‘해프닝’ 정도로 치부될 법하다. 하지만 지금 시대 벌어지는 논란은 그저 가벼이 웃어넘기기에는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다음세대에게 미칠 악영향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

최근 학전 김민기 대표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모습에서 예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어린이극은 돈이 안 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아무리 이게 보이지 않는 거고,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고집스럽게 소신을 지켜나갔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다음세대를 향한 그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미래인 다음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안기는 일, 올바른 가치관을 전수해 줄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