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 측은 “제3자 침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재판장 이재신)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9)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자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살해했다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은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검찰 측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에서 검찰은 “여러 증거 등을 종합했을 때 유죄가 인정됨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원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는 상해치사 전력을 근거로 피고인을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으로 단정했으나, 그건 50년 전 일이며, 2007년 이후로는 어떤 처벌 전력도 없다”고 항변했다.
또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각의 근거가 된 참고인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지고, 당시 피고인이 만취한 상태로 살인 후 혈흔 정리까지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제출된 CCTV 영상 만으로는 제3자 침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이어 A씨 주거지로 옮겨 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인 0.421%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만취 상태에서 B씨와 바둑을 두다가 흉기로 B씨를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1심 최후 진술에서 “당시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 있었고 너무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2층 집주인에게 가서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며 “제 결백보다도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