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힙합계의 두 거물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의 양보 없는 디스전이 끝내 유혈사태를 불러왔다.
CNN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오전 2시경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드레이크의 저택 앞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드레이크의 저택 인근에 차량을 타고 나타난 용의자 일행은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에 총격을 가한 뒤 그대로 도주했다.
경비원은 흉부에 총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저택을 봉쇄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토론토 경찰국 폴 크래프치크 경감은 “사건 당시 드레이크가 자택에 있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그는 사건 수습을 위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와 범인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번 사건의 배경에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 간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번 사건은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 사이 격렬한 디스전에 따른 여파”라고 보도했다.
힙합계의 양대 거목으로 여겨지는 두 래퍼는 지난 3월부터 서로를 겨냥한 디스곡을 연일 쏟아내며 격한 비방전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디스전에서 켄드릭 라마는 드레이크가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검증된 소아성애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5일 발매한 디스곡 ‘Not Like Us’의 앨범 커버로 드레이크의 자택 위성 사진에 성범죄자 거주지 표시를 띄운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총격 사건이 바로 이 앨범 표지 속 장소에서 벌어졌다.
디스전과 총격 사건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크래프치크 경감은 “그들의 불화는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수사 초기 단계이며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실력파 래퍼의 세련된 랩 배틀로 대중의 환호를 자아냈던 이번 디스전은 점차 사생활 폭로를 동원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격랑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힙합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힙합계는 1990년대 동부와 서부 간의 계파 갈등 끝에 당대 최고 거물이었던 투팍과 노토리어스 B.I.G.를 총격 사건으로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는 “우리는 이미 투팍과 비기(노토리어스 B.I.G.의 별칭)의 사례를 겪었다”며 “더 이상 이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