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피의자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명문 의대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신상과 사진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정보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유족들이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25)는 지난 6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 B씨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과거 수능 만점자 출신의 서울 소재 유명 대학교 의대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네티즌들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수능 만점자’ 등의 단서를 통해 A씨의 신상을 특정했다. 특히 과거 진행한 인터뷰 기사와 영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씨의 과거 사진과 행적도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A씨의 소속 대학교와 학번이 게재된 SNS 계정도 찾아냈다.
그러나 A씨의 SNS 계정 프로필 사진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과 찍은 사진으로 설정돼 있어 피해자의 신상 정보도 함께 확산되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 인스타 마지막 글이 부모님과 산책하던 건데 안타깝다” “SNS 사진 보니 조용한 성격 같다” 등 피해자의 정보를 암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피해자 신상까지 터는 게 맞나” “애꿎은 가족까지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 등 2차 가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자 B씨의 가족도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 여성의 친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피해자의 SNS으로 알려진 계정에 댓글을 달아 “제 동생이 억울하게 살해당했다. 동생이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A씨는 죽고 싶다면서 옥상으로 수차례 뛰어내리려 했다”며 “동생은 착한 마음에 죽으려는 걸 막다 이미 예정돼있던 A씨의 계획범죄에 휘말려 수차례 칼로 찔려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은 지금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동생이 조금이라도 편히 잠들 수 있게 동생의 신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동생 계정을 비공개 또는 삭제하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계속 오류가 걸리고 있다. 부디 동생에 관한 억측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2시간 전 경기도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여자친구를 불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