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인원은 공존할 수 있을까…“‘혹성탈출’, 재미 넘어 질문 던져”

입력 2024-05-08 09:39 수정 2024-05-08 10:22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교만해진 인간이 주도권을 빼앗긴 세상을 높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들이 지배하고 있다. 유인원을 이끌던 시저가 죽고 수 세대가 흐른 시점, 평화롭게 살던 유인원 노아(오웬 티그)의 부족은 스스로를 ‘시저의 뒤를 잇는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 군단의 공격을 받는다.

간신히 살아남은 노아는 포로로 끌려간 부족의 일원들을 찾아가던 중 또 다른 유인원 라카(피터 마콘)와 인간 소녀 노바(프레이아 앨런)를 만난다. 라카로부터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했던 과거 이야기와 시저의 진짜 가르침을 듣고, 노아는 적대시하던 노바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프록시무스의 땅에 도착한 노아는 헤어졌던 어머니와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과거 인간들이 남긴 지식 유산을 손에 넣어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려는 프록시무스의 계획을 알게 된다. 함께 프록시무스를 저지하려던 순간 노아와 노바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노아의 부족은 새로운 위기에 처한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인간과 유인원이 연대해 공통의 적을 물리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이야기가 끝을 맺으리란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려 하는 인간의 지배욕 때문이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지식은 권력’이라는 명제를 바라본다. 프록시무스는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게 된 지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다. 인간인 노바는 지식을 독점하고 지배자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결국 노아와 같은 편에 서지 않는다. 노아와 친구들이 과거 지배자였던 인간들의 그림책 속에서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보고 충격에 휩싸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작품을 연출한 웨스 볼 감독은 7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진실과 권력, 역사, 충심 등에 관해 요즘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녹이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영화의 유산을 이어받으려 했다”며 “즐거운 모험, 스펙터클한 볼거리 등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지만 재미에서 끝나지 않고 생각하게 하고, 감정에 물들게 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촬영 현장의 웨스 불 감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는 전편을 오마주하면서 새로움을 담았다. 불 감독은 “1968년 오리지널 작품의 비주얼이 큰 인상을 남겼다. 유인원이 풀숲에 숨어있는 인간을 그물로 잡는 모습 등은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됐고 시저가 남긴 신화 역시 전해져 내려오면서 노아를 변화시킨다”면서 “노아의 모험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7년 전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편 ‘종의 전쟁’(2017)에서 시저가 죽음 맞이하면서 그 세계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다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영화의 배경 대부분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됐는데 관객의 눈으로 이것이 ‘가상 세계’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체 러닝타임 중 35분 정도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하나까지 모두 가짜인 ‘CG 100%’ 장면이다.



불 감독은 “관객들은 ‘와, 시각특수효과(VFX) 엄청나다’라고 말하기보다 영화 속 모험과 판타지의 세계에 완벽히 몰입하게 될 것이다. 말하는 유인원, 말 타는 유인원이 실제같아서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바타’를 만든 경험이 없었다면 구현하지 못했을 물 표현 기술이 특히 자랑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