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 종료(5월 29일)가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많은 민생법안이 회기 만료로 줄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일부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은 총 1만6034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 중 거의 대부분은 이달 말 회기 만료로 폐기된다.
폐기될 위기에 빠진 법안들 중에는 국가적으로 시급하게 처리할 사안을 다룬 법안과 여야가 처리 필요성에 공감한 법안도 상당수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특별법(고준위법)이다. 이 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방폐장) 건립 근거를 담았다.
현재는 원전 폐기물을 전부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해두고 있는데,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들이 줄줄이 포화를 앞둔 만큼 정식 방폐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여야 원내지도부도 법안 처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정부가 원전 추가 건설이 없다는 약속을 해야 처리할 수 있다”며 반발하면서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늘어나는 신종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 경찰청 산하 사기정보분석원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사기방지 기본법은 여야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로 인한 여야 대치로 오는 28일 본회의 개의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법 역시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과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인공지능 산업과 기술을 진흥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AI기본법) 등도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음에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이달 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들이 회기 만료로 폐기되면 22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가운데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9455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36.6%에 그쳤다. 19대 국회(45.0%), 20대 국회(37.9%)보다 낮은 비율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은 “연금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오는 8일부터 5박7일간 영국·스웨덴을 방문하려 했던 해외 출장 계획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