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연준) 목표치의 연내 도달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준이 올해 중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연준의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경제 싱크탱크 밀컨연구소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한 노동 시장과 인공지능(AI)에 필요한 에너지를 포함한 현재의 모든 것이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안에 잡힐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는 일부 데이터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은) 조금 더 걱정스럽게 나왔지만, 다른 데이터에서는 ‘그렇게 될 것’(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방금 고용 데이터를 봤다”며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내려가고,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전년 대비 2%의 상승률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대 후반부로 진입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 미 상무부에서 발표된 3월 PCE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7%,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뺀 근원 PCE 상승률은 2.8%로 각각 집계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PCE 상승률이 연내 2%까지 둔화할 것으로 봤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물가와 함께 참고하는 고용 지표도 둔화세로 돌아섰다. 앞서 지난 3일 미 노동부에서 발표된 4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5000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우존스의 전문가 전망치인 24만명을 크게 하회한 숫자다.
고용 둔화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자산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앞당길 요소로 평가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미국 기업들에 달린 측면도 있다. 공급망을 회복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하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제시했다.
미국 경제의 고질적 악재로 꼽히는 재정 적자에 대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구가 증가하는 젊은 국가는 관대할 수 있지만, 고령화 국가라면 지출 규모와 대상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운이 좋게도 미국은 노동자가 유입되는 매력적인 국가다. 인구 구조가 미국을 돕고 있다, 대규모 이민이 계속되는 한 재정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재정 부담이 향후 필요한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런(재정 적자를 늘리는) 식으로 영원히 갈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가리아 경제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WB)·유럽연합(EU)에서 관료로 일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19년 10월부터 IMF 수장을 맡았다. 지난달 연임을 확정해 오는 10월부터 5년간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른 경제 관료와 재계 인사들도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이 매우 좋다. 결국 금리를 내래릴 것”이라며 일부 지표의 최근 수개월치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 의장·부의장에 이어 ‘3인자’로 평가된다. 다른 지역 연은 총재들과 다르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상시 참여한다.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12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서비스 부문 물가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연준의 금리 인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