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힙합 역대급 ‘디스전’, 위험한 폭로전으로 비화

입력 2024-05-08 00:05
미국의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왼쪽)와 드레이크(오른쪽). AP연합뉴스

‘힙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켄드릭 라마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래퍼’ 드레이크 간의 ‘디스전(戰)’이 위험한 폭로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켄드릭 라마가 드레이크를 겨냥해 선제 공격을 날리면서 촉발된 갈등에 더 위켄드, 칸예 웨스트, 제이 콜 등 미국 힙합계의 거물들이 다수 참전하면서 근래 최대 규모 디스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켄드릭 라마와 드레이크는 서로의 숨겨진 가정사를 폭로하고 상대의 범죄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켄드릭 라마는 디스곡 가사를 통해 드레이크에게 숨겨진 사생아가 여럿 있으며, 아이의 엄마에게 돈을 지급하며 입막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켄드릭은 또 드레이크를 “검증된 소아성애자”라고 지칭하며 “하비 와인스틴과 함께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야 할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가 도박·알코올중독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필가를 고용해 가사를 대신 쓰도록 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드레이크 역시 여러 개의 디스곡을 내놨다. 그는 “네 공연 수익이 우리 굿즈 매출의 수수료 수준”이라며 자신의 압도적인 상업적 성공 실적을 뽐내는 한편, 켄드릭의 아이가 실은 그의 친자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드레이크는 켄드릭이 자신을 소아성애자라고 매도하는 건 그가 어릴 적 성폭행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만일 자신이 실제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미 체포됐을 것이라고 랩을 통해 반박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10곡이 넘는 디스곡을 발매하면서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켄드릭 라마와 드레이크는 힙합 장르를 지탱하는 양극단의 핵심 가치, ‘사회 비판’과 ‘상업성’을 각각 대표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켄드릭 라마는 흑인 사회를 대변하는 철학적인 가사로 음악성은 물론 문학성까지 인정받으며 힙합 가수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에 비해 드레이크는 힙합과 R&B를 결합한 랩으로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며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래퍼’ 자리에 등극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따금 서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오랜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켄드릭 라마가 선제공격을 날리며 균형을 깨트린 것이다. 3월 22일 발매된 곡 ‘Like That’에서 자신은 드레이크, 제이 콜과 함께 힙합 씬의 ‘빅 3’로 엮이는 게 불쾌하다며, 오직 자신만이 합합계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달 19일 드레이크가 맞디스곡 ‘Push Ups’로 대응하면서 본격적인 디스전의 서막을 알렸다.

양측이 양보없는 디스전을 지속하면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자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랩 배틀은 인종차별, 성적 학대, 여성 혐오가 담긴 비난으로 번지고 있다”며 우려 섞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힙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두 거물이 커리어와 명예를 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디스전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힙합 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