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EU 27개국서 유럽의회 선거…‘극우’ 약진 예상

입력 2024-05-07 17:50
반극우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연합 깃발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음 달 6일부터 나흘간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우파 정당의 의석수가 크게 늘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민 문제 등 현안에 관한 EU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생활비, 에너지 위기, 불법 이민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지정학적 지형 변화에 동요하는 유권자들이 주류 정당을 넘어 대안을 모색하면서 EU 전역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만 3억7000만명에 달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차기 유럽의회 의원 720명이 선출된다. 각국의 유럽의회 의원은 인구수에 비례해 정해지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에는 96석이 배정돼 있다. 유럽의회는 EU의 각종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결정한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5년 동안의 EU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성향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와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의석수를 30~50석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유럽의회 내 두 정당의 비중은 현재 18%에서 22~25%로 커진다. 독일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30세 미만 유권자의 22%가 ID에 소속돼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유럽의회는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이 177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도좌파 사회당(140석), 중도 리뉴유럽(102석), 녹색당(72석), ECR(68석), ID(59석), 유럽좌파(37석) 순이다.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유럽 정치 책임자 코리나 스트라툴랏은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급등에 이르기까지 ‘영속적 위기의 시대’에서 급진적인 포퓰리즘 정당들이 주류 정당과 유권자가 틀어지는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뉴스는 “극우 정당의 약진은 유럽의회에서 새로운 연합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이며 친EU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EU 정치가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법안 처리를 위해 협력해 온 유럽국민당과 사회당, 리뉴유럽이 이번 선거에서도 과반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싱크탱크 로베르트슈만재단의 파스칼 조안닌 대표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세를 불리겠지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