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다시 부는 아이돌 오디션 붐… 실력·차별화는 과제

입력 2024-05-07 17:43 수정 2024-05-07 20:29
그룹 아일릿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 앨범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방송가에 K팝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붐이 다시금 불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가에 자리 잡은 지는 10년이 넘었고, 나올 때마다 ‘또 오디션이냐’는 반응도 따라오지만 지상파, 종편을 가리지 않고 포맷을 조금씩 변주하며 나오는 중이다. 시청률이 낮음에도 방송국들이 꾸준히 K팝 그룹 오디션을 제작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K팝의 세계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K팝 그룹이 탄생하면 국내든 해외든 출발선에서부터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성공과 화제성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7일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는 등 화제성이 높고,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그룹으로 인한 IP(지식재산권) 활용도 가능해 여전히 다양한 방면에서 소구되는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제로베이스원. 웨이크원 제공

또 한 그룹의 탄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만큼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 끈끈한 결속력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기도 하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그룹을) 제작하는 입장에선 빠른 시간에 어떤 사람에 대한 호감, 동정심, 응원하는 마음 등을 끌어내며 종교적인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며 “방송 제작사들이 매니지먼트사들과 협업해 독점 매니지먼트 권한을 갖고 수익을 나눠 갖는 식으로 수익 사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윈-윈하는 구조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데뷔한 아일릿은 JTBC ‘알 유 넥스트’를 통해 구성됐고, 제로베이스원은 엠넷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데뷔했다. 이들은 높은 화제성과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고 데뷔 앨범부터 많은 수의 앨범을 판매했다.

지난달 18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엠넷 '아이랜드 2: N/a'의 포스터. 엠넷 제공

이 때문인지 현재 방송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만 2개에, 올해 안에 론칭을 예고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JTBC에선 지난달 16일부터 ‘걸스 온 파이어’가 방송되고 있다. 보컬을 중심에 두고 랩과 퍼포먼스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K팝 여성 보컬 그룹 제작을 내세웠다. 지난달 18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엠넷 ‘아이랜드 2: N/a’(‘아이랜드2’)도 있다.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탄생했던 ‘아이랜드’가 4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프로듀서 테디와 가수 태양이 프로듀서로 활약한다. 총 24명의 지원자 가운데 12명이 최종 데뷔 후보에 오를 예정이다.

오는 15일 KBS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인 ‘메이크 메이트원’을 론칭한다. 소속사가 없는 36명의 글로벌 참가자들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꾸렸다.

오는 15일 첫 방송하는 KBS '메이크 메이트원' 참가자 36인. KBS 제공

TV조선, MBN에서 트로트 오디션 예능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서혜진 PD가 이끄는 크레아 스튜디오는 최연소 글로벌 5세대 보컬 신동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인 ‘언터 피프틴’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만 3세에서 만 15세 이하의 전 세계 70여개국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싱어게인’ ‘슈가맨’ 등을 제작한 예능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은 SLL과 손잡고 글로벌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 7’을 올 하반기 론칭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SBS는 연초에 종영한 ‘유니버스 티켓’을 보이그룹 버전 ‘유니버스 리그’로 재단장해 들고 온다. 올 하반기 편성이 예정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증수표처럼 통한다 해도,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다양해진 만큼 과거 및 타 프로그램들과 차별화 돼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임 평론가는 “최근 K팝 가창력, 실력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엠넷의 ‘프로듀스 101’ 이후 연습생 시절에 스타가 돼서 데뷔하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K팝이 퍼포먼스 중심이라 고전적인 실력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기본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누군가에겐 연습생 시절에 오디션을 통해 빠르게 데뷔하는 게 매력이 반감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