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폭염과 가뭄이 길어지자 현지 한 지역의 주민들이 일본의 인기 고양이 캐릭터인 ‘도라에몽’을 동원해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장면까지 연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중부 나콘사완의 파유하키리 지역 주민들은 최근 도라에몽 인형을 우리에 가두고 거리를 행진했다.
반짝이는 옷을 입은 주민들은 도라에몽 인형이 들어있는 철제 케이지를 들고 마을을 활보했다고 한다. 구경꾼들은 케이지의 인형에 물을 뿌렸다.
이 행사는 ‘암컷 고양이의 행진’을 의미하는 ‘해 낭 미우’라는 이름의 지역 전통 기우제다. 암컷 고양이의 ‘야옹’ 소리가 비를 불러온다는 속설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건기 때마다 해 낭 미우 기우제를 연다.
해 낭 미우 기우제는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케이지에 가두고 물을 뿌려 소리를 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행사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커지자 주민들은 ‘도라에몽’이나 ‘헬로키티’ 같은 고양이 캐릭터 인형을 대체해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 태국에서는 26개 지역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만 30명이 넘고, 폭염 이후 수개월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도 폭염에 시름하는 중이다. 지난달 말 필리핀에선 ‘엘니뇨 현상’으로 기온이 38.8도까지 올라 학교 수만 곳이 수업을 중단했다. 또 비슷한 시기 베트남에서는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2∼4도 높은 이상 기온이 관측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