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때리는 野 의장 후보들 “檢 압색에 쉽게 길 터줘”

입력 2024-05-07 14:53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데 대해 야당의 차기 의장 후보들이 앞다퉈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내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국회의원 16년을 했다” 등의 발언을 통해 김 의장이 강조한 ‘중립론’에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6선 조정식 의원은 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21대 국회 후반부에 윤석열 정권 1년 반 동안 약 20차례 국회 압수수색이 있었다”며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국회의장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김 의장이) 너무 쉽게 길을 터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국회가 정치검찰의 사냥터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라며 “22대 국회는 이런 점을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22대 국회 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당선인들은 ‘국회의장이 중립적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이 됐다. 이에 김 의장은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쪽 당적을 계속 갖고 편파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정치 사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민심이 반영된 정책과 입법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서 생산성 있고 효능감 있는 국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국회의장의) 중요한 책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한 국회법 규정에 대해 “나 역시 내가 의장이 되면 민주당 출신이고 내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는 것”이라며 “의장이 돼도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선 우원식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장은 단순한 국회의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 공부 많이 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의장을 거치며 그 모습을 다 봤다”며 김 의장의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김진표 의장이 6선을 했는데 나도 5선에 들어간다. 국회의원을 16년 했다. 국회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내가 겪은 헌정사를 보면 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의장 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는 개혁의장이 되겠다.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던 저 우원식,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이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이 원하는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입법권의 침해를 확실하게 막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김 의장이 말한 중립론에 반박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