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모성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제 조산원의 날’(국제 조산사의 날) 행사가 지난 6일 평양산원에서 개최됐다고 7일 보도했다. 매년 5월 5일은 국제조산사연맹(ICM)이 제정한 국제 조산사의 날이다. 북한 등에서는 조산사가 출산 과정을 돕는 경우가 많다.
신문은 이번 행사에서 한 발언자가 “임산모들과 갓난아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주고 그들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에서 조산원들의 책임과 역할이 높이 발휘되도록 하고 있는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도 북한 최대 규모의 산부인과 전문 병원인 평양산원 여성건강관리과 유향숙 과장의 기고문을 싣고 북한의 모성보호 정책을 선전했다.
유 과장은 “인간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우리나라”라면서 “정상 임신부는 산전 6회, 산후 5회 총 11회의 산전산후관리를 받고 있으며 위험성 높은 임신부는 횟수에 관계없이 산전관리를 받으면서 안전하게 해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관영매체 보도 기준 2015년 처음으로 국제 조산원의 날 기념식을 열어 2019년까지 해마다 진행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다가 5년 만인 올해 행사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홍보와 달리 통계로 드러나는 북한의 모성보호 현실은 열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인구기금(UNFPA), 세계은행그룹(WBG), 유엔 경제사회국(UNDESA) 등이 지난해 2월 공동 발간한 ‘2000∼2020년 모성사망률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출생아 10만명당 산모가 사망한 비율을 따지는 ‘모성사망률’은 2020년 107명에 달했다.
같은 해 한국의 모성사망률(8명)과 비교하면 무려 13배가 높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영양 결핍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이주영 연구위원 등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논문에서 탈북민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2010년대 북한의 출산율을 1.38명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0.72명에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치지만,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인 2.1명에는 못 미친다.
배급제 붕괴 이후 커진 생계에 대한 부담이 여성의 출산 및 양육 의지를 억누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남한 드라마 등 외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청년층을 중심으로 결혼관과 출산관도 달라져 북한 당국의 독려만으로 출산율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출생률 감소”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시 “사회적으로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는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문제”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