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대표적 번화가로 꼽히던 전남대 주변에 매서운 삭풍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와 온라인 시장 확대 여파로 한 집 건너 한 집 상가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남대 인근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44.6%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용봉동 전남대 후문 등 전남대 주변 상가 공실률은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전국 평균인 10% 수준을 밑돌았다. 유명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술집, 식당 등 일명 ‘핫플’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곳의 공실률은 2018년 4분기 15.4%, 2019년 4분기 17.1%로 서서히 오른 데 이어 코로나19 범유행 직후인 2022년 4분기 30.6%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 총면적 330㎡를 초과하는 상가 용도 건물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끝나면 당연히 회복될 줄 알았던 상권이 여전히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 45.5%로 정점을 찍은 상가 공실률은 해를 넘겨 40% 이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 꺼진 상가 유리벽마다 새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게 일상적 풍경이 됐다.
입주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가게를 접고 싶지만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아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가게 문을 열어 둘수록 적자가 쌓이는 데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절실한 호소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로 불리던 건물 주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4층짜리 건물에서 월세를 받아 넉넉한 생활을 하던 박모(69)씨는 “1층만 카페가 영업 중이고 2~4층은 텅 비워둔 지 꽤 오래됐다”며 “문의 전화도 가뭄에 콩 나듯 거의 걸려오지 않아 은행대출금 이자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월세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은행대출금 이자율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상권의 핵심인 전남대 용봉캠퍼스 모집 인원은 지난해 3418명, 올해 389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2022년 이 대학 후문 인근에 1500여 세대, 우산동에 2500여 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런데도 코로나19를 전후해 고꾸라진 전남대 주변 상권은 여전히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로 문을 여는 상가마저 드물어 절반 가까이 텅 빈 상가에는 찬바람만 씽씽 불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송모(55)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시장이 대폭 확장된 데다 경기 악화로 학생들도 지갑을 열지 않다 보니 전남대 주변 상가가 빙하기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광주 상권 중심축이 첨단 등으로 다원화된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