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대선에서 중도우파 야당인 목표실현당의 호세 라울 물리노 후보가 승리했다.
파나마선거재판소에 따르면 물리노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율 92.5%까지 33.59%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했다. 중도좌파 여당인 민주혁명당의 호세 가브리엘 카리소 후보는 5.64%의 낮은 득표율로 8명의 후보 중 6위에 머물렀다. 물리노 후보는 오는 7월 1일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2029년 7월까지 5년이다.
물리노 후보는 해양법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출신으로,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09~2014년 법무부·안보부(현 치안부) 장관을 지냈다. 2013년 러시아산 미그-21 전투기 2대 등 미신고 무기 240t을 설탕 포대 더미 밑에 숨기고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를 적발해 억류한 당시 안보부 수장이 그였다.
물리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차기 부통령직에 도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정부 예산 전용·횡령 사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후보직을 상실하자 물리노 후보가 대체자로 채택됐다. 그의 대선후보 자격은 경쟁자들의 이의제기로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3일에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물리노 후보는 이번 승리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에 이어 중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정권 득세)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의 친미 외교 기반 개방경제와 국책 사업을 통한 성장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주민 반발로 미네라파나마 구리광산을 폐쇄했던 파나마 대법원 결정이 물리노 정부에서 뒤집힐지가 관심사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이 광산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