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야권에서 ‘국회의장이 중립적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한쪽 당적을 계속 갖고 편파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5일 MBN 시사 프로그램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그나마 당적이 없으니까 또 법상 중립의 의무를 부여하니까 그래도 조정력이 생기고 양쪽 얘기를 들어보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정치 사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과거에는 다수당인 여당이 대체로 국회의장을 했지만 2002년 정치개혁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비판·감독하기 위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기로 한지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도 (원래 당적이던) 민주당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비판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타협하지 않는 정치가 한국 의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가 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협의 없이 (법안의) 일방 처리를 주장하던 것”이라면서 “여당은 대통령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는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이다. 그러려면 뭐하러 국회의원이 됐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여당이 반대한 채상병 특검법을 지난 2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면 다시 본회의에서 재의 투표를 해야 하는데, 오는 20~28 사이에 한번 더 본회의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표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여야가 팬덤 정치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여야가 팬덤 정치에 힘을 몰아서 하려 한다. 끝까지 협의하는 게 제대로 된 선진 정치의 모습”이라면서 “22대 국회부터는 이런 정치말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의 정치를 하고 상대방을 적이 아닌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