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방문이 미국과 유럽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따라 중국과 유럽이 전략적 차원의 관계 회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행보는 유럽과 미국의 유대를 느슨하게 하고 미국 지배에서 벗어난 세계를 만들 기회를 잡으려는 의도”라며 “미국은 시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을 서방 동맹(미국과 유럽)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 주석의 노력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시 주석이 방문하는 프랑스와 세르비아, 헝가리를 언급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의 새로운 글로벌 질서 추진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미국 지배력에 불만을 품고, 중국을 균형추로 여기며 경제 관계를 강화하려 하는 지도자들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한다”며 “유럽에 대한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실용적인 화해를 추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이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처를 하더라도 이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워싱턴에서 나오는 (대중) 정책보다는 덜 대립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유럽과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해 관계 회복을 위한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며 나토 동맹을 약화하는 발언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 방문이 이뤄진 점도 주목했다. AP통신은 “유럽에서는 대서양 횡단 동맹에 대한 미국 지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시 주석 순방으로 주요 외교 정책 목표에 대한 유럽 지지가 약화할 조짐이 있는지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은 중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에 도착했다”며 “시 주석의 유럽 방문에서 최우선 순위는 (중국) 피해 제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U는 중국 전기차 등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등 여러 건의 무역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유지에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가 미·중 관계처럼 흘러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새로운 매력 공세를 하고, 동시에 EU에 무역 보호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