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불러 15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는 윗선으로 지목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장관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김 사령관은 5일 밤 12시25분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섰다. 굳은 표정의 김 사령관은 ‘외압 없었다는 입장이 여전한지’ 등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날 오전 9시40분 출석한 김 사령관은 조서 열람 시간을 포함해 14시간 43분 만에 귀가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등 A4용지 200여쪽 분량의 질문을 던졌다. 김 사령관은 변호인 조력 없이 조사 받았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28일 박 전 단장으로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수사결과를 보고 받았다. 김 사령관은 사흘 후인 같은 달 31일 이 전 장관에게 수사결과 이첩 보류 지시를 받는다.
박 전 단장은 같은 날 김 사령관이 자신에게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수사결과 언급이 있었고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당시 김 사령관이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임기훈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이 지어낸 얘기”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건을 재조사할 때 ‘관련자들을 조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한 의혹도 받는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법 취지상 조사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라며 “군에 수사권이 없고 민간 경찰로 지체없이 이첩해야 하는 개정 군사법원법 취지에 따른 지시”라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