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5년 만에 유럽 순방…“서방 동맹 균열 노릴 것”

입력 2024-05-05 17:34 수정 2024-05-06 09:5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국빈 방문에 나섰다.

신화통신 등의 5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전용기를 타고 첫 방문지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3개국을 방문한 2019년 3월 이후 5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10일까지 엿새 간의 일정 동안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를 찾는다. 이번 순방에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안보라인 수장이자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 등이 동행한다.

시 주석이 방문하는 3개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서방 진영의 대중국 견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은 유럽과 미국의 유대를 느슨하게 하고 미국의 지배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만들 기회를 포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입장에선 서방의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시 주석은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까지 함께하는 3자 회담도 갖는다.

프랑스는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문제 등으로 중국과 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중국과 긴밀하게 교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고 중국도 프랑스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게 평가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오랫동안 유럽의 진정한 권력이 파리와 베를린에 있다고 믿어왔다”며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협력 창구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프랑스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7일 세르비아를 방문한다. 이날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에 의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 이후 세르비아와 중국은 각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문지 헝가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이지만 현 오르반 빅토르 정부는 친중국·친러시아 노선을 걷고 있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중국은 2020년 이후 헝가리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EU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