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닝메이트 노린 美주지사, ‘김정은 만남’ 허위기재

입력 2024-05-05 07:47 수정 2024-05-05 07:54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으로 지목된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고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가 수정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노엄 주지사가 오는 8일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노 고잉 백’(No Going Back)에서 김정은을 만났다는 거짓 일화를 삭제하는 수정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회고록 초고에서 노엄 주지사는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세계 정상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며 “정상 중 일부는 우리의 도움을 원했고 일부는 원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북한 독재자 김정은을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그가 나를 과소평가했다고 확신한다”며 “그는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담당한 목사였던) 내가 ‘작은 폭군들’을 노려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국 지도자를 상대하려면 결단력과 준비,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엄 주지사는 2014년 의회 대표단 소속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북한에 다녀간 적은 없다.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노엄 주지사가 하원 군사위에서 활동한 2013∼2015년 미 의회 대표단이 김정은을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노엄 측은 자신이 만난 세계 정상들을 대필 작가에게 나열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단락에서 언급한 인물이 김정은이 아니라면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노엄 주지사 회고록에 등장하는 가짜 일화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노엄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친(親)하마스’ 발언을 해 자신이 일정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 대통령실은 노엄 주지사가 마크롱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던 행사에 초청됐을 수는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자는 ‘직접적인 초청’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회고록은 트럼프가 부통령을 지명하는 데 가까워지면서 노엄이 자신의 경력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충성파로서의 진심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엄 주지사는 회고록에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을 언급하며 자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엄 주지사는 이번 회고록에서 자신이 기르던 14개 된 강아지 ‘크리켓’이 지나친 공격성을 보여 총으로 쏴 죽였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노엄 주지사는 자신의 결단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언급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개를 죽인 일화에 대해 노엄 주지사를 비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노엄 주지사는 이번 논란이 있기 전부터 트럼프 부통령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며 “트럼프 캠프는 앞으로도 그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